"우리 조상은 무엇을 먹고살았을까?" 이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오늘날 우리의 건강, 식습관, 질병 예측까지 연결됩니다. 최근 인류학계에서는 콜라겐 조직 내 질소 동위원소(N15) 분석을 통해 고대 인류의 단백질 섭취 구조와 식성을 과학적으로 추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네안데르탈인과 초기 호모 사피엔스의 화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최신 논문과 분석을 통해, 인류의 본능적 식단이 얼마나 육식 중심이었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인류 화석 속 콜라겐, 그 안의 ‘단백질 이력서’
인류가 어떤 음식을 먹으며 진화해왔는지를 단서 없이 상상만 한다면, 그것은 신화나 전설일 뿐입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상상을 넘어서 수만 년 전 인류의 식단을 수치로 복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핵심 열쇠는 바로 골 콜라겐(Collagen)입니다.
콜라겐은 단백질의 일종으로, 뼈에 풍부하게 존재하며 시간이 지나도 일부 구조가 보존됩니다. 특히 뼛속 콜라겐에 포함된 질소 동위원소 비율(N15/N14)은, 그 인류가 먹이사슬에서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주 단백질원이 무엇이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알려줍니다. 왜냐하면 먹이사슬의 단계가 높을수록 N15 비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2023년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는 페리고르 지역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의 뼈 콜라겐을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이들의 N15 농도는 같은 시기 늑대, 하이에나, 심지어 사자보다도 높았다.”
이는 단순히 육식을 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최상위 포식자로서의 식단 구조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단백질 섭취의 핵심은 초식동물의 근육, 간, 내장 조직이었으며, 이는 사냥 능력이 고도로 발달했음을 시사합니다.
더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결과가 유럽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화석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특정 지역의 특수성이라기보다는, 인류의 진화적 일반성일 가능성을 강하게 뒷받침합니다.
단백질의 출처: 식물인가 고기인가? 동위원소는 말해준다
단백질을 어디서 섭취했는가는, 인류 진화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단백질이라 부르는 영양소는 식물, 곡물, 고기, 생선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 있지만, 이들의 질과 흡수율은 현저히 다릅니다. 문제는 고대 인류가 이들 중 무엇을 주로 섭취했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이때 활용되는 것이 바로 질소(N15)와 탄소(C13) 동위원소 분석법입니다. 질소는 단백질의 섭취 단계를, 탄소는 식물-동물 기반 식단의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냅니다. 즉, N15 수치가 높고 C13 수치가 낮으면, 고대 인류가 육식 위주로 단백질을 섭취했으며, 먹이사슬의 상위 포식자였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2014년 스페인 엘 시드론 동굴에서 발굴된 네안데르탈인의 뼈를 분석한 결과,
“N15 값이 늑대보다도 높았으며, 이는 식물성 단백질이 아닌, 대형 초식동물의 근육과 내장을 주로 섭취했음을 시사한다.” (PNAS 논문)
또한, 2022년 체코 브르노 인근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 시대 호모 사피엔스 유해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해당 인류는 맘모스와 순록을 주 식단으로 삼았고, 내장기관 섭취가 주요 단백질원이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현대 인류가 섭취하는 단백질과 전혀 다른 양상입니다. 현재는 콩, 두부, 정제 단백질 파우더 등 식물성 단백질 비중이 높지만, 고대 인류에게 고기는 단백질의 기본 단위이자 생존의 핵심 연료였습니다.
영양학과 진화 관점에서 재해석되는 단백질 섭취 패턴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요? 단순히 조상이 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이 그에 맞게 설계되어 왔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진화의학자 마이클 리튼 박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현대 질병의 상당수는, 인간의 대사 구조가 적응해 온 고단백·고지방 환경에서 벗어난 데서 기인합니다. 인류는 고기를 중심으로 대사를 최적화해 왔고, 탄수화물 과잉 섭취는 대사적 혼란을 유발합니다.”
실제로 케톤식이나 팔레오 식단이 주목받는 배경에도 이런 진화적 관점이 있습니다. 인슐린 저항, 자가면역질환, 지방간, 뇌 안개(brain fog)와 같은 현대 질병들은 대부분 고탄수화물 환경과 연결돼 있습니다. 반대로 고단백·저탄수화물 식단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염증 지표를 낮추며, 신경계 안정화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Cell Metabolism에 게재된 한 대사영양 연구에서는,
“고단백 식단을 지속한 그룹은 체중 감소뿐 아니라 염증 수치(CRP), 공복 인슐린, 간 효소 수치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즉, 콜라겐 속 동위원소가 알려주는 고대 인류의 식단 구조는 현대인의 식습관 개선을 위한 과학적 나침반이 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은 단순한 근육 생성 성분이 아니라, 진화적으로 몸이 요구해온 기본 구성 요소였던 셈입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인류의 진화는 곧 음식의 역사입니다. 콜라겐 속 질소 동위원소는 그 역사의 가장 깊은 흔적을 품고 있으며,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과학적으로 증언합니다.
인류는 단순한 잡식동물이 아니었습니다. 최상위 포식자이자, 대형 초식동물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아온 진화적 맥락이 우리 안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오늘날의 피로, 염증, 호르몬 이상, 인슐린 저항 같은 문제는, 어쩌면 그 진화적 코드와 멀어진 결과일 수 있습니다.
과거를 아는 것은 곧 미래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유전자와 대사는 이미 답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 식단도, 그 유전적 기억에 맞춰 다시 설계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