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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자폐의 관계, 논문으로 본 과학적 근거

by 촐롤로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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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와 자폐의 관계, 논문으로 본 과학적 근거
우유와 자폐의 관계, 논문으로 본 과학적 근거

우유는 오랫동안 건강을 상징하는 식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우유가 자폐를 유발한다”는 루머가 번지면서 많은 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자녀를 둔 가족들은 식단 선택에 있어서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글에서는 우유와 자폐의 연관성에 대한 오해를 풀고, 과학적 근거와 해외 연구 사례를 통해 진실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1. 자폐증의 원인과 우유 연관설의 등장 배경

자폐증은 단일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신경발달장애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그 외에도 임신 중 산모의 면역 반응, 대사 이상, 환경적 노출 등이 관련된다고 보고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의학적 설명과는 별개로, 우유와 같은 특정 식품이 자폐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킨다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일부 다큐멘터리를 통해 퍼지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카세인(casien)’이라는 우유 단백질이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카세인이 분해될 때 생성되는 펩타이드(소단백질 조각)가 장벽을 통과해 혈류로 흡수되면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과도 관련이 있으며, 장 건강이 뇌 기능과 연관되어 있다는 최근의 학계 흐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자폐 아동은 소화기 증상을 자주 호소하며, 카세인이나 글루텐 섭취 후 불안정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어, 이를 바탕으로 ‘글루텐-카세인 프리(GFCF)’ 식단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식단은 자폐를 “유발”한다기보다, “행동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론에 기반한 것이며, 그 자체가 자폐의 원인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부족합니다.

영국 Cochrane 연구팀이 2010년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GFCF 식단이 일부 사례에서 긍정적 반응을 보일 수 있으나, 전체적인 효과를 일반화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이 이론은 연구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현재까지 확립된 의학 지식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2. 주요 논문 및 임상연구 분석

우유와 자폐증의 연관성에 대한 실증적 연구는 다수 존재하지만, 결과는 일관되지 않으며, 대부분 신중하게 해석되어야 합니다. 2002년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에서는 자폐 아동 20명을 대상으로 1년간 GFCF 식단을 적용한 결과, 일부 피험자에서 주의 집중력과 사회적 상호작용에 개선이 나타났다고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는 표본 크기가 작고 대조군이 부족해 과학적 일반화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보다 큰 규모의 연구는 2015년 미국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NIMH)에서 진행된 무작위 통제 시험(RCT)입니다. 자폐 아동 75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GFCF 식단과 일반 식단을 6개월간 적용한 결과, 행동, 언어, 인지 발달 등 주요 항목에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팀은 “특정한 대사 이상이나 장 기능 문제가 없는 이상, 식단 변화가 자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2021년에는 국제 영양학 저널(Nutrition Reviews)에 발표된 메타분석 연구가 GFCF 식단과 자폐 증상의 관계를 종합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총 12개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으며, 결과적으로 “일부 피험자에서 행동 개선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일관성 부족과 연구 질 저하로 인해 식단이 자폐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곧 우유나 카세인이 자폐를 유발한다는 주장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추가로, 2022년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는 자폐 아동 부모 3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기반 연구를 통해 GFCF 식단을 적용한 부모들의 만족도와 실제 증상 변화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과도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는 자폐 아동에 대한 식이요법이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는 있지만, 과학적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3. 우유는 정말 위험할까? 과학적 팩트체크

“우유는 자폐를 유발한다”는 주장 외에도, 암이나 골절과 관련된 부정적인 루머들도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는 우유 속 인슐린유사성장인자(IGF-1)가 암세포 성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IGF-1 수치가 높을수록 유방암이나 전립선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했지만, 이는 매우 고농도 조건에서 실험된 결과이며, 일반적인 우유 섭취로 인한 IGF-1 수치는 안전한 범주 내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2018년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은 유제품 섭취와 암 발병률 사이의 인과관계를 검토한 보고서에서 “현재까지 일반적인 우유 섭취가 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오히려 유제품은 대장암 예방과 연관된 긍정적인 연구가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골절에 대해서도 오해가 있습니다. “우유를 많이 마실수록 골다공증이 더 심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일부 지역 연구에서 상관관계를 단편적으로 해석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2019년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장기 추적 연구에서는 청소년기 유제품 섭취가 성인기 골밀도와 골절 예방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미국 소아과학회(AAP)도 청소년기 우유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하루 2회 유제품 섭취를 균형 식단의 일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유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 ‘좋은 음식’ 일 수는 없습니다.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이나 카세인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폐를 유발한다’는 식의 주장은 과학적 합의 없이 과장되거나 왜곡된 정보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 맥락 속에서 데이터를 해석하고, 개인의 건강 상태와 가족력 등을 고려해 식단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발표된 수십 편의 연구 결과와 국제 학술기관의 입장을 종합하면 “우유가 자폐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정 아이에게 개별적인 반응이 있을 수는 있으나, 이를 전체 자폐 인구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한 일반화입니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행하는 루머보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정보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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