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풍(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 국내 사망 원인 4위, 후유장애 유발 질환 1위로 꼽히며, 특히 그 원인 중 하나인 심방세동(부정맥의 일종)은 치명적인 위험 인자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정맥 중 특히 심방세동이 어떻게 혈전을 만들고, 이 혈전이 중풍(허혈성 뇌졸중)을 유발하는 과정을 의학적 연구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예방 및 관리 방안을 총정리합니다.
심방세동이란? 부정맥의 시작과 뇌졸중의 위험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AF)은 가장 흔한 부정맥 형태로, 심장이 불규칙하고 빠르게 뛰는 상태를 말합니다. 특히 좌심방에서 수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미세하게 떨리듯 움직이며 혈액 정체가 생기고, 이로 인해 혈전이 형성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바로 이 혈전이 동맥을 타고 뇌혈관으로 이동하면 뇌를 막는 허혈성 뇌졸중(중풍)을 유발하게 됩니다.
2020년 미국심장학회(AHA)의 발표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높으며, 이로 인한 사망률은 2배에 달한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증상이 없는 무증상 심방세동은 더욱 위험합니다. 국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 자료에서도 심방세동을 가진 65세 이상 환자의 8% 이상이 무증상으로 진단 전 이미 뇌졸중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심방세동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그 비가역적인 진행성입니다. 한 번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심장 조직이 변형되며 회복이 어렵고, 지속적인 심방세동은 심부전과 치명적 혈전 위험을 함께 증가시킵니다. 특히 고령자,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따라서 단순한 '부정맥'이라는 표현이 아닌, 명확한 혈전성 질환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며, 조기 진단과 관리가 핵심입니다.
혈전 생성 메커니즘: 좌심방의 정체와 응고 시스템
심방세동에서 중요한 병리 기전은 ‘좌심방의 정체된 혈류’입니다. 정상 심장은 규칙적으로 수축하며 혈액을 전신으로 펌프질 하지만, 심방세동이 발생하면 좌심방은 떨리는 움직임만 할 뿐 실질적 수축을 하지 못해 혈액이 고이게 됩니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심방 내 특히 '좌심방이(Left Atrial Appendage)'라 불리는 주머니 부분에 혈전이 잘 형성됩니다.
이 혈전 형성은 단순히 혈류 정체 외에도 혈액 내 응고 인자 활성화, 내피세포 손상, 염증 반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2018년 Journal of Thrombosis and Haemostasi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심방세동 환자의 혈액 내 D-dimer 수치, C-반응단백질(CRP), IL-6 등의 염증 마커가 비정상적으로 높으며, 이는 혈전 생성 기전과 직결된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심방세동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 항진 상태와도 관련이 있어 교감신경 과활성 → 염증 반응 → 응고 시스템 과활성 → 혈전 생성의 악순환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이 혈전이 언제, 어떤 조건에서 떨어져 나가 뇌혈관을 막을지 예측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심방세동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재개될 때 특히 이탈 확률이 높으며, 이 때문에 많은 의료진이 심방세동 초기에 항응고 치료 또는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중풍 예방을 위한 실천 전략
심방세동으로 인해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는 것을 예방하는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항응고 요법, 생활습관 조절, 그리고 조기 진단 및 모니터링입니다.
① 항응고 치료
심방세동 환자에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치료는 와파린, NOAC(신형 경구 항응고제) 등의 항응고제 복용입니다. 미국 ACC/AHA 가이드라인은 CHA₂DS₂-VASc 점수(뇌졸중 위험 평가)를 기반으로 항응고 치료 여부를 결정하며, 점수가 2점 이상이면 적극 권장합니다. 2021년 NEJM 연구에서는 NOAC 사용군이 와파린 대비 출혈 위험은 낮고 예방 효과는 동등 또는 우수하다고 보고했습니다.
② 생활습관 개선
운동 부족, 고염식, 음주, 수면무호흡증, 비만은 모두 심방세동의 발생과 악화를 유도합니다. 특히 매일 30분 이상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은 심박수 안정, 교감신경 억제, 염증 감소에 도움을 주며, 심방세동 재발률을 낮출 수 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에서는 매일 걷기 습관만으로도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24% 감소한다고 밝혔습니다.
③ 조기 진단 및 스마트 모니터링
심방세동의 무증상성은 조기 발견을 어렵게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나 모바일 심전도기기(Kardia 등)를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졌습니다. 일본 오사카대병원은 2022년 스마트기기로 심방세동을 조기 발견한 환자 812명 중 70% 이상에서 뇌졸중 발생률이 낮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처럼 중풍은 ‘뇌만의 문제’가 아니라 심장에서 시작된 문제일 수 있으며, 심방세동과 혈전 생성을 관리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예방 가능합니다.
결론: 요약 및 Call to Action
심방세동은 단순한 부정맥이 아닙니다. 좌심방 내 혈전 생성을 유도하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중풍을 초래하는 잠재적 고위험 심혈관 질환입니다. 특히 무증상 심방세동은 예측이 어렵고, 조기 진단과 생활 관리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자신 또는 가족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 질환 병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심전도 검사와 건강관리를 습관화하세요. 뇌졸중 예방은 뇌가 아니라 심장부터 시작됩니다.